비에 젖은 백합화.. 너 언제 피어있었니......
장마가 시작되기 전,
과수원 둘레 전체를 울타리치는 작업을 하느라 며칠동안 정말 힘들었다.
우리 과수원이 워낙 산골 속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그동안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 피해가 너무 컸다.
밭이라 하지만 지형이 편하고 너른 평야지대의 밭과 같지 않고
낮은 산과 같은 곳이라 울타리 작업 하는 며칠동안
나는 8미터가 넘는 쇠파이프를 어깨에 둘러매고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구르고..
남편은 돌덩이 가득한 땅 속 깊히 수없이 쇠말뚝을 박고
철사로 엮느라 팔과 손가락이 다 부르트고 퉁퉁 부었다.
장마 시작되기 전에 이 일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쉬지않고 서둘러
마침내 일을 마무리짓고 우린 둘 다 널브러진 상태로 장마를 맞게 되었다.
장마가 시작되면 나는 봄날 장독대 위의 고양이처럼 달달한 잠에 빠져있을 거니까
남편, 나 깨우지말고 스스로 알아서 먹기를 바람!!
며칠 전부터 남편한테 단단히 일러두었으니
나는 이제 빗소리를 들으며 한여름밤의 꿈에 빠져들면 되네요~~
............................................................................................................
빗소리 가득한 장마 첫날의 아침,
남편은 배고파죽겠다며 눈감고 누워있는 내 귀에 대고 잉잉 우는 소리~
씽크대에는 어젯밤 늦게 먹고 치우지않은 설거지가 넘쳐 흐르고
농삿일과 울타리작업에 매달리느라 오랫동안 청소하지 못한 화장실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쩔고
더이상 입을 속옷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넘쳐나서 쓰러져버린 빨래바구니,
방인지 돼지우리인지 구분하기 힘든 수준의 방 상태,
무엇보다 텅텅 비어버린 냉장고, 당장 먹을 반찬이 아무것도 없다... 멘붕!!!
하...!
"자기야, 난 장마가 시작되면 고양이처럼 잠만 잘거야!
알지? 봄날, 햇볕 쏟아지는 장독대 위에서 늘어지게 잠에 빠져버린 그 고양이말야..."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하청업체 대표의 유서 (0) | 2018.07.04 |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0) | 2018.07.01 |
장마 (0) | 2018.06.27 |
풋사과로 발효식초 만들기 (0) | 2018.06.26 |
아, 저녁노을..! (0) | 2018.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