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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봄이 오나 봄~^0^

by 풀빛달빛 2019. 3. 2.

우리집 봄은 마당에서부터 스며든다.

집 뒤로 흐르는 계곡물 깊은 곳에 농수관을 넣어

일킬로미터의 긴 관을 따라

봄이,

봄기운이 흘러흘러 마침내

마당 샘터에서 솟아나는 봄, 봄빛!

우리는 매년 초겨울 계곡물이 얼어붙기 전

계곡에서 이 봄빛의 시작점을 끌어내어 

겨우내 단단한 바위 위에 고정시켜놓았다가

이른 봄 삼월 초, 얼었던 계곡물이 녹으면

다시 깊은 계곡물에 담가 물이,

봄빛이 흐르게

흘러흘러서 우리집 마당에까지 이르게 한다.

그래서 일년에 두 번,

십이월의 초겨울과 삼월의 이른 봄,

봄빛을 마당으로 흐르게 하고

다시 내년 봄까지 안전하게 거두는

작업을 하러 가는 이 길을 나는,

설렘과 우려가 섞인 감정 속에서 걷는다.

숲과 계곡을 따라 걷는 겨우 일킬로미터의 길에서

마치 신성한 임무를 띠고 먼 길을 떠나는

제국의 사자처럼 근엄해지는 것이다...









숲과 계곡을 따라 걷는 길에서 만나는

버들강아지와 마른 들꽃,

이끼로 뒤덮힌 쓰러진 나무둥치와 바위,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깊은 계곡에는

얼음 사이로 봄빛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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