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를 보냈다.
또또는 우리가 키우는 하얀 털을 가진 큰 개인데 몇 년 전에 이곳에 내려와살던 사람이 다시 고향 경기도로 돌아가면서 우리한테 맡겼던 개다. 또또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부 용맹한 사냥개였다고 하던데 또또 역시 사냥개 핏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런데 우리집에서는 사냥개 본성을 전혀 살릴 수 없고 늘 묶여서만 살아야 하니 키우는 우리로서도 여간 안타까울 수 밖에... 그래서 저녁마다 남편이 또또와 오월이를 데리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오는 산책을 다녔는데, 불쑥불쑥 사냥본능이 되살아나 멀리서 노루, 고라니나 멧돼지를 보면 우리가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도 소용없이 그대로 그 산짐승들을 쫓아 산으로 내달렸디. 그러면 그 때부터는 우리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순식간에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 몇날며칠이고 산짐승들을 사냥하는지 보이지 않다가 비쩍 말라 겨우 숨을 헐떡이며 집에 들어오기를 반복. 집으로는 돌아왔지만 우리 손에는 잡히지 않으려 도망다니며 다만 집 주위에서 맴돌기만 한다. 남편은 잡힐 때까지는 밥을 주면 안된다면서 또또 밥그릇부터 치워버린다. 그럼 또또는 또다시 몇날며칠 굶어 지쳐빠져 더이상 걸음조차 걷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우리 손에 잡혀 묶인다...
묶지 않고 오월이처럼 풀어놓고 키우면 또또도 우리도 더없이 좋으련만, 또또처럼 큰 개는 풀어놓고 키울 수가 없다.
그래서 남편이 또또를 사냥꾼한테 보냈다!
또또는 사냥개로서의 자질을 타고 태어났는데 우리집에서 그 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맨날 묶여있기만 하니 더 불쌍하다며 전문 사냥꾼한테 보내 제대로 훈련받아서 제 사냥능력을 마음껏 펼치게 해줘야한다면서.
그렇게 또또가 갔다... 많이 섭섭하고 ... 자꾸만 또또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보내는 게 잘한 일인지, 후회도 되었다가... 다른 사냥개들과 잘 어울려 밥 잘 먹고 훈련도 잘 받고 있을까... 사냥하다가 다치지나 않을까...
이틀째 또또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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