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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봄날

by 풀빛달빛 2021. 4. 13.

봄비가 내린다 하기에 이틀 전에,

작년에 받아둔 올망졸망 귀여운 꽃씨들을 꽃밭과 빈터 곳곳에 뿌리고

부지런히 밭고랑을 만들어 감자와 옥수수를 심었다.

이번 봄비가 지나간 며칠 뒤부터는 여러 종류의 아기 상추들이 야무지게 흙을 뚫고 나올 것이다.

연분홍 꽃이파리 하나 둘 흩뿌리던 진달래와 벚꽃은 이번 비로 서서히 져버리겠지만

대신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부끄럼쟁이 금낭화가 분홍빛을 채워줄테고

지금 우리집 마당 전체를 온통 노랑빛으로 채우고 있는 수선화는 더욱 싱그럽게 빛날테지.

아, 훌쩍 큰 라일락도 아주 조금씩 보랏빛을 내보이고 있고 

지난 해의 선명한 빨강빛을 기억하고 있을 튤립 꽃대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있다. 

 

이 봄날, 나는 그저 뭐가 신나는지 배실배실 웃음 흘리며

하는 일 별로 없이 사과밭으로 오미자밭으로 괜히 분주한 척 둘러보거나

머위, 쑥... 봄나물 풀내음에 끌려 바구니 끼고 들판으로 싸돌아댕기고

밭을 만들고 꽃씨를 뿌린다.

 

봄비가 그치고 나면 이제 또 부지런히 사과꽃봉오리를 따주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사과꽃봉오리를 따다가 꽃이 피면 꽃을 따고 꽃이 지고 열매를 맺으면 열매를 따고...(필요없는 꽃봉오리, 꽃, 열매를)

그렇게 6월까지 정신없이 분주한 봄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봄날이 가는지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