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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떡은 떡집에서!

by 풀빛달빛 2024. 4. 14.

"하이고, 어느새 쑥이 이만큼이나 올라왔대!"
"그럼 쑥떡을 해먹어야지!"
"쑥떡을 집에서? 누가 하는데?"
"...???... 다... 당... 신...아니, 당연히 내, 내가... 아니아니 우리가 같이 하면 되지!"
에휴, 남의편과 하는 대화는 왜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건지 모르겠다.
할일이 태산임에도 이 산골에 드디어 봄이 왔다고 봄기분을 느끼고 싶은지, 쑥떡을 해먹었으면 하는 남의편 말 한마디에 하던 일 다 제쳐두고는 부랴부랴 찹쌀을 씻어 불려놓은 뒤 바구니를 끼고 들에 나가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쑥을 뜯는다.
두시간 넘게 뜯었음에도 너무 어린 애기쑥인지라 양이 얼마 되지 않네.
에효, 되는대로 조금만 해서 먹어야지 했던 게 그 뒤로 몇시간동안 쑥을 다듬고 찹쌀고두밥을 해서 쪄내고 돌절구에 콩콩 쪄서(돌절구에 찌는 건 남편 몫이고~) 콩고물에 버무려내는......
쑥떡을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 콩고물에 야무지게 묻혀내는데 옆에서 지켜보며 침을 꼴딱 넘기던 남의편,  못 참겠던지 냉큼냉큼 잘도 집어먹는다
"역시 봄에는 쑥떡을 먹어줘야해! 봄햇쑥이 그렇게 좋다잖아. 아주 맛나!"
"맛있어?"
"그럼 맛있지!"
"뭐가 맛있어? 난 힘들기만한데! 내년 봄엔 쑥떡을 하나봐라!"
"그래도 해야지!"
"뭘? 누가?"
"아 이거 먹어봐! 쑥떡은 이렇게 바로 만들어가며 먹어야 맛있다구! 맛있지? 응? 맛있지?"
투덜투덜대는 내 입에다 큼지막한 쑥떡 한덩이를 밀어넣어주며 남의편은 싱글싱글 웃는다.
(으이그~ 이 남의편님아~~ )
하, 이렇게 산골의 오늘 하루가 가는구나.

몇시간동안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얻어낸 쑥떡 세 봉다리와 자투리 몇조각. 아이고 어깨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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