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고, 어느새 쑥이 이만큼이나 올라왔대!"
"그럼 쑥떡을 해먹어야지!"
"쑥떡을 집에서? 누가 하는데?"
"...???... 다... 당... 신...아니, 당연히 내, 내가... 아니아니 우리가 같이 하면 되지!"
에휴, 남의편과 하는 대화는 왜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건지 모르겠다.
할일이 태산임에도 이 산골에 드디어 봄이 왔다고 봄기분을 느끼고 싶은지, 쑥떡을 해먹었으면 하는 남의편 말 한마디에 하던 일 다 제쳐두고는 부랴부랴 찹쌀을 씻어 불려놓은 뒤 바구니를 끼고 들에 나가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쑥을 뜯는다.
두시간 넘게 뜯었음에도 너무 어린 애기쑥인지라 양이 얼마 되지 않네.
에효, 되는대로 조금만 해서 먹어야지 했던 게 그 뒤로 몇시간동안 쑥을 다듬고 찹쌀고두밥을 해서 쪄내고 돌절구에 콩콩 쪄서(돌절구에 찌는 건 남편 몫이고~) 콩고물에 버무려내는......
쑥떡을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 콩고물에 야무지게 묻혀내는데 옆에서 지켜보며 침을 꼴딱 넘기던 남의편, 못 참겠던지 냉큼냉큼 잘도 집어먹는다
"역시 봄에는 쑥떡을 먹어줘야해! 봄햇쑥이 그렇게 좋다잖아. 아주 맛나!"
"맛있어?"
"그럼 맛있지!"
"뭐가 맛있어? 난 힘들기만한데! 내년 봄엔 쑥떡을 하나봐라!"
"그래도 해야지!"
"뭘? 누가?"
"아 이거 먹어봐! 쑥떡은 이렇게 바로 만들어가며 먹어야 맛있다구! 맛있지? 응? 맛있지?"
투덜투덜대는 내 입에다 큼지막한 쑥떡 한덩이를 밀어넣어주며 남의편은 싱글싱글 웃는다.
(으이그~ 이 남의편님아~~ )
하, 이렇게 산골의 오늘 하루가 가는구나.

몇시간동안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얻어낸 쑥떡 세 봉다리와 자투리 몇조각. 아이고 어깨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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