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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너무 더워서..

by 풀빛달빛 2018. 7. 19.

밭애서 막 내려왔는데 책상위에 두고 간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지인으로부터의 전화다.

도시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는 지인은, 더워서 어떻게 지내는지 묻고 농삿일이 더 힘들겠다고 위로하였다.

그리고 날이 더워도 너무 더워서 집에서 밥을 해먹을 수가 없다고, 가스불을 켜고 음식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그래서 요즘은 거의 밖에서 사먹거나 배달음식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생활비가 엄청 늘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고 나는 막 사과밭에서 사과나무 가지를  유인작업하다가 내려와

온 몸이 땀에 절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현기증마저 느껴 어서 빨리 찬물에 몸을 닦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요즘은 날이 너무 더워 이른 새벽시간에 나가 최대한 버티다가(?) 이맘때 11시 경에 집에 들어온다. 

날이 너무 덥기도 하지만  내 키보다 훨씬 큰 8단짜리 사다리를 어깨에 메고 옮겨가며 오르내리는 힘든 작업 때문에

더 오래 할 수도 없고 이맘때면 가져간 1.8리터 보온병의 냉수가 다 떨어진다.

이른 아침밥을 먹고 나가 계속 사다리를 오르내리기 때문에 벌써 배가 고파진 남편은 입모양으로 빨리 점심먹자고 말하는데

전화기 너머 지인의 푸념은 계속 이어지고... 아까부터 내 등허리에서는 땀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는 땀에 젖어 들러붙은 옷을 벗지도 못한 채 왼쪽 귀와 어깨 사이에 휴대폰을 끼고 서둘러 부엌으로 가 점심상을 준비한다.

딸그락 소리에 지인은 그제서야 바쁜가보다 하며 전화를 끊어줬다, 고맙게도...

휴대폰을 식탁 위에 놓고 가스불을 켠다, 그런데 몸이 너무 묵직하다... 그리고 한순간 세상 모든게 미워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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