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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농부님들 제발 이러지 맙시다!

by 풀빛달빛 2019. 9. 19.

 

 

 

 

내가 공부하는 사과교육 밴드가 요즘 성토의 장이 되었다.

올해까지 추석이 빠른 해, 추석사과 홍로는 그렇지 않아도

투기농사가 되어버린 지 오래인데

올해는 추석까지 빨랐으니 오죽했으랴...

농사는 공산품과 달리 제 때가 되어야 수확할 수 있는데,

익지도 않은 사과를 호르몬제로 색깔만 내고 크고 모양 반듯하게 보기좋게만 만들어

물론 인위적으로 당도 높히기 필수!

이렇게 공산품처럼 만들어 추석 전에 한몫 단단히 보겠다고 공판장에 내놓은

농부님들, 제발 이러지 좀 맙시다!

우리 동네 공동사과법인 사람들도 거의 그렇다.

홍로, 홍로, 홍로...

오로지 홍로만이 때만 잘 맞추면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실제 지금까지 죽 공판장에서 이런 식으로 가격이 매겨졌으니 틀린 생각은 아니다-

홍로 외에 다른 사과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어차피 돈을 벌어주는 것은 홍로니까!

올 추석에는 공판장에서 누가 제일 높은 가격을 받았나?

누가 어느 시기에 어떤 약을 쓰는가?

어떤 약을 써야 사과가 크고 색깔이 새빨갛게 잘나고

달달하게 되는가?

오로지 이에 대한 관심 뿐...

황옥이나 겨울사과에는 관심조차 없고 될대로되라는 식.

어차피 그건 돈이 안되니까...!

올해 우리 공동 사과법인에서도 추석전에 누가

어디 공판장 가서 얼마 받았다더라 ...이 얘기로

부러움 반, 배아픔 반으로 떠들썩했다.

떠들썩한 얘깃거리의 주인공이 된 몇 사람은 신이 나서

정작 모두가 염탐하고 싶어하는

크고 색깔 빨갛고 인위적인 단맛만 나는 사과를 만들어내려면

언제 어느 때 어떤 호르몬제를 몇 번 쳐야하는지에 대한

진짜 비법(?)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허풍과 자랑으로 더욱 떠들썩한 판을 만들고 그러므로써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년에는 두고 보자... 하는 억지 오기를 갖게 만든다.

그 역시 작년 혹은 그 이전에는 시기와 억지 오기로 가득찬 듣는 사람의 입장이었을 테니까...

어제,추석 전에 홍로색깔을 끝내주게 잘 내서 돈을 엄청 벌었다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홍로를 농사짓지 않는 우리에게 자랑하고 싶은 걸 은근히 참는 말투라 편하게 얘기해도 된다는 뜻으로

내가 먼저 이번에 돈 많이 벌었다는데 잘 됐구나 하고 얘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언니, 이번엔 완전 깔싸움이었다니까!

우리 사과색깔 봤지, 언니?

추석 뒤에 낸 사람들은 완전 다 죽었지, 뭐!"

키득거리며 말하는 애가 작년에는 추석참패(?)로 내년에 두고 보자고 이를 악물었던 그녀인데...

얼마 전에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공동법인 사람이, 이 부부는 나보다 젊은 사람들인데

탄저병 걸린 점 박힌 사과 담아가도 가격을 높게 받았다는 자랑으로 신나했다.

여기 공동법인 사람들은 우리 부부한테 가끔 충고를 한다.

왜 돈되는 홍로를 하지 않고 돈이 되지 않는

황옥과 겨울사과만 하는지,

자기 같으면 벌써 뽑아내고 홍로로 다 바꿔 심었다고...

사실 어떻게 보면 고마운 충고이기도 하다.

돈도 안되는 사과에 매달려 고생만 하는 것 같으니까...

그리고 나도 어쩌다 가끔은 갸우뚱해진다, 우리가 잘 가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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