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남편은 전전긍긍이다.
내가, 곧 돌아올 이번 내 생일에는 기필코, 최초로 당신이 직접 끓인 미역국을 먹어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남편은 여러가지 다른, 정말 터무니없는 것들- 늘 그러하듯 매우 유치한 제안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수작이니까- 로 협상해보려 했지만 내 대답은 전부 NO!
어제, 내 생일 아침에 결국 남편은 이미 깨어있었지만 자는 척 하고 있던 나를 뒤로 하고 조용히 부엌으로 들어갔다. (일찍부터 비가 내렸기에 농삿일 쉬는 날이었으니 나는 운도 좋아! ^0^)
곧 물 트는 소리, 냄비뚜껑 달그락거리는 소리,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기어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킥킥거렸다.
마흔아홉번째 생일 아침에 나는, 남편이 최초로 끓인 전복과 들깨가루를 넣은 미역국을 먹었다, 세상에나!!!
그리고 비바람에 쓰러진 장미를 일으켜 세우다가 꺾여진 꽃송이들로 만들어진 장미 꽃다발도 받았다!
오후에는 생일특식이라며( 진짜 헐~이다) 감자 몇개를 캐오고 애호박을 따와서 보얗게 분나는 하지 찐감자에 기름냄새 고소한 애호박전을 먹었으니~ (생일특식이라더니감자만 캐오고 애호박만 따다놔 결국 감자찌고 애호박전 부치는 일은 내가 함 - 그래도 오늘 생애 최초로 엄청난 일을 했으니 이건 봐주자!)
깊은 산골에서 장마에 닿은 마흔아홉번째 생일 자알~ 보냈다!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헴! 나는 감자농사도 잘 짓지! ^0^ (0) | 2020.07.12 |
---|---|
엄마는... (0) | 2020.07.01 |
우리집 쌈채소는 (0) | 2020.06.20 |
새콤, 입맛 돋우는 매실장아찌를 담자~! (0) | 2020.06.18 |
랄라~ (0) | 2020.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