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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엄마는...

by 풀빛달빛 2020. 7. 1.

장마라 집 안에서 쿱쿱한 냄새가 가시지를 않는다... 집안과 바깥, 바람에서조차도 모든 곳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다.
그친 줄 알았던 비가 어젯밤부터 다시 내리더니 오늘 새벽에도 가는 이슬비가 이어졌다.
어제 저녁 늦게서야 엄마의 택배를 풀어봤다. 어제비가 오길래 그동안 쓰지않았던 재난지원금도 쓸 겸 해서 시내에 나가 이것저것 볼일을 보느라 늦게서야 돌아와 아랫동네에 맡겨졌던 택배를 찾아왔다.
엄마가 보내준 것은...
쑥가래떡 두 묶음, 손질한 갈치 토막 한 묶음, 손질한 조기 한 묶음, 삶은 죽순 두 묶음, 블루베리 한 봉지... 아이스박스에서 하나하나 꺼내 식탁 위에 놓는데 눈물부터 왈칵 쏟아진다... 이른 봄 양지바른 곳에 보얗게 올라온 조그마한 햇쑥을 다리도 안좋으신 분이 쪼그리고 앉아 일일히 뜯어 손질하고 삶아 전날 미리 씻어 불려놓은 무거운 쌀까지 들고 방앗간에 맡겼을 쑥 가래떡. 엄마는 해마다 이렇게 만든 쑥 가래떡과 쑥개떡을 냉동실에 차곡차곡 얼려놓은 후 쑥개떡 한번, 쑥가래떡 또 한번 이렇게 두번에 걸쳐 나눠 보내시거나 집에 들렀다가는 자식들에게 싸보내셨다.
어쩌다 시골 오일장에 가시게 되면 조금 작아도 싱싱해서 맛있어뵈는 생선을 골라 비늘을 손질하고 소금을 알맞게 쳐서 햇볕좋은 날 채반에 꾸덕꾸덕 잘 말려 반건조를 시킨 생선토막 역시 냉동실에 차곡차곡 얼렸다가 보내시거나 집에 들렀다가는 자식들에게 싸보내셨다.
집 뒷편 언덕은 대나무 숲이다.
엄마는, 대나무 뿌리가 집안까지 사정없이 뻗어나와서 대나무숲을 아주 못마땅해 하셨지만, 봄이면 어김없이 어린 죽순을 꺾으러 그 불편한 다리로 가파른 언덕을 부지런히 오르내리셨다. 켜켜이 둘러싼 죽순 껍질은 관절염으로 손가락도 불편한 엄마한테는 벗기기 불편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그마한 속껍질 한조각 남김없이 말끔하게 벗겨낸 죽순을 쌀뜨물로 데쳐내어 꼭 짜낸 후 냉동실에 차곡차곡 얼려두었다가...
몇 년 전에 둘째 언니가 시골 엄마집 마당에 심어놓은 블루베리 두 그루. 작년에 어찌나 많이 열렸는지 모르겠다고 엄마는 즐거워하셨는데 올해는 부쩍 기운이 약해지셔서 그런지 블루베리 알이 너무 조그마해서 하나하나 따느라 오랫동안 구부리고 있던 허리가 아프더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엄마는 참... 이런거 보내시지 말라고, 그런 일 하시지말라고 늘, 늘 잔소리를 끊임없이 해도... 아휴 그렇지않아도 이제는 못할거야, 이제는 이것도 힘들어서 못한다니까, 이제는 아무것도 못하겠어... 자식들 잔소리에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하시면서 또 다시 철마다 뜯고, 손질하고, 말려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얼려두실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