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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태풍전야

by 풀빛달빛 2020. 9. 2.

또 태풍이란다...!
올해 농사는 정말 힘이 많이 빠진다... 사과나무는 여전히 아파서, 병이 겨우 나을만하면 또 비가 오고... 이런 날씨의 반복, 반복, 끝도 없는 반복으로 사과나무 잎이 노렇게 변하며 우수수 낙엽이 되고 있어서 우리 가슴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데, 두번째 태풍을 맞게 되다니...!
이번 태풍 마이삭은 엄청 녀석이라고 기상청에서 며칠전부터 겁을 주길래 어제부터 김밥만 먹어가며 태풍을 대비하는 작업- 배수로 정비, 과수 지지대 제작설치, 방풍망 설치 등- 에 몰두하고 있다.
그제 밤에 밭에서 또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대충 둘둘 말아싼 산골김밥^^;;
낼 새벽부터 태풍영향권이라 해서 해가 지고 어둑해질 때까지 뭐 하나 빠트린 데가 없는지 살피며 보수하고 설치하고... 캄캄해졌는데도 내가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자 남편이 자꾸 내 등을 떠민다.
"됐어, 이만하면! 이제 우리 할 일은 다 했으니 기다려봐야지. 그만 내려가자, 나 배고파죽겠어..."
그러고보니 오늘 점심은 그나마 김밥 쌀 시간도 없어 찐감자 몇개와 두유 한컵뿐이었는데... 이거 먹고 왼종일 쉬지 않고 일했으니... 남편의 배고프다는 말에 그제서야 내 뱃속에서 나오는 꼬르륵 소리를 듣게 되었다.
캄캄해져 들어와 저녁으로 무얼 차릴까 잠시 고민하다 어제 따다놓은 보랏빛 매끈한 가지가 눈에 들어오니 옳지, 맛있고 영양많은 가지피자를 만들어야겠다! 홍감자도 찌고~
방금 전까지 태풍 걱정하며 허둥대던 내가 어느새 저녁거리를 생각하고 있다니... 참 속도 좋다! 그래 먹고 힘내보자! 이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할일이 또 얼마나 많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