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진짜 나는 아플 새가 없다... 아플 새가 없어 아플 수가 없다고 말하면 사람들에게 욕먹으려나... ㅠㅠ
9월 중순부터는 거의 쉬는 날 없이 달려온 듯하다.
황옥 수확, 선별작업, 택배작업, 판매활동... 황옥 판매가 끝날 무렵에 다시 시작된 겨울사과 수확, 선별작업, 택배작업, 판매활동...
9월 중순부터 사과 바구니 메고 사다리 오르내리거나 사과가 가득 담긴 컨테이너박스 - 약 18kg-를 들어나르는 일, 5kg, 10kg 택배박스 들어나르는 일들을 계속하다보니 목부터 어깨, 팔이 많이 아프고 무겁다.
그러면서 틈틈이 겨우내 먹거리인 가을걷이도 하며 저장을 위한 가공작업도 해야하니, 정말 쉴 틈 없이 뛰어다녔나보다.
그러다 얼마 전 몸이 갑자기 으슬거리며 오한이 들고 말 그대로 몸 마디마디가 아파오는 게 아닌가... 생리까지 겹쳐 복통까지 심해지니 나도 모르게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에고, 그예 몸살이 나나보다, 어쩌나 아직 사과 선별작업도 채 끝마치지 못했는데...
반나절을 끙끙 앓아누워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혼자 일하고 있던 남편이 허리를 구부정한 채 들어서는데 얼굴빛이 몹시 이상하다!
"아이고, 컨테이너 들어올리다 허리 삐끗했나봐... 꼼짝 못하겠네... 허리가 안펴져..."
아... 아이고...!
그렇잖아도 허리가 긴 남편은 한번씩 허리를 삐끗하는 사고를 당하는데 그러면 짧게는 열흘에서 길게는 두어달 정도를 말 그대로 꼼짝못할 정도로 심하게 앓는다.
그런데 오늘... 하...
언제 끙끙 거렸나싶게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 남편을 끌어다 편하게 뉘이고 빨리 허리를 주물러 뭉친 부분을 풀어준 뒤 밖으로 나가 남편이 하다 만 일, 사과 컨테이너 박스를 저온저장고 안에 들여놓는 일을 끝마쳤다.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기에 급하게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놓은 후 또또를 산책시키고- 큰 개이다 보니 풀어놓지 못하고 하루종일 묶어놓기에 아침저녁 잠깐씩이라도 꼭 산책시켜줘야 한다- 돌아오니 벌써 캄캄해졌다.
서둘러 저녁을 차려먹고 치우고 대충 씻고나니 몸띵이는 이대로 쓰러져 곯아떨어질 것 같지만 옆에서 끙끙 앓는 남편 자세를 바꿔주거나 다리 사이에 또는 기댈 때 필요한 쿠션을 그때그때 준비해주느라 자는 둥 마는 둥...
며칠이 어떻게 흘러갔나 모르겠다...
눈뜨면 남편을 살핀 후에 또또를 산책시키고 들어와 아침밥을 차리고, 사과택배작업을 하고, 남편 점심을 챙긴 후에 걸을 수 있게 부축하고 다시 택배작업,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고 또또를 산책시키고...
며칠은 배추와 무 등 채소를 뽑아날라 다듬고 절이고 씻어 김장도 대충 끝마쳤다. 가을걷이를 끝낸 밭의 비닐을 걷어내고 정리를 마쳤다. 사과밭에 여기저기 걸린 노린재트랩(해충잡는 트랩)을 걷어들이고 사과밭 바닥에 떨어져있는 병든 낙엽과 사과를 다 주워냈다.
그리고 며칠동안 사과나무에 관수를 충분하게 해 준 뒤에 남은 물이 얼어 터지는 일이 없도록 관수시설의 물을 모조리 빼낸 후 내년 봄에 바로 관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필터를 청소했다... 그러면서 사과 주문 또는 문의 전화와 문자 응대가 수시로 이루어져야 하고 입점한 오픈마켓 관리도 빼놓을 수가 없다. 송장을 입력하고 출력해서 붙이는 일 또한 시간이 꽤나 걸린다. 택배박스를 수도없이 들었다놨다 옮겨야 하며...
언제 내가 아팠었나 싶다...
나는 아플 새가 없다,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 그러한 듯... ^^;;
우리 둘 중 하나만 아파서 그나마 그게 다행이다!
둘 다 아팠으면 진짜 어쩔뻔했나...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