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13년 전에 이곳으로 귀농해서 오미자를 시작으로 호두와 사과를 차례차례 심어나갔다.
그런데 처음 이런 농사를 시작할 때 단순 채소류와 다르게 과수는 자본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작목을 선택하게 되었다.
호두 2000평은 우리 돈으로 심었지만 오미자와 사과는 작목반이라는 같은 작목을 심는 단체에 가입하면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다기에 작목반가입을 통해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로 우리는 오미자작목반은 탈퇴를 하고 사과작목반은 한달 전 탈퇴의사를 전달했으나 마음대로 탈퇴도 못하게 막으며 기다리라고만 했다.
오미자작목반은 올해로 8년째 있었는데, 매년 회비를 내고 초기 가입시 가입비 명목으로 정부지원금 받은 것에서 10%를 떼어 내게 되었다.
이런 것은 문제없는데, 무슨 무슨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몇차례 한번에 몇십만원씩 내라고 하는데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정부지원사업인 저온저장시설 및 공동창고신축사업을 결정하는 전체회의를 했는데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무산된 사업을 어느 날 뜬금없이 임원진 몇명이서 다시 뒤집어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는 어떠한 사업도 주지않겠다는 담당공무원의 충고가 있었다며 - 내가 듣기에는 충고가 아니라 협박임에도 - 강행처리한 것이다. 그래서 반대가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울며겨자먹기로 자부담비 30~40만원이라는 농촌에서는 큰 돈을 빼앗기다시피 내게 되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 공동창고와 저온저장시설을 작목반 회장 마당에다 짓는다고 임원진회의에서 결정내렸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언쟁도 심했고 싸움도 났지만 있기싫으면 나가라, 두번 다시 지원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등의 엄포와 협박으로 결국 강행되었다.
그러다 몇년 후에는 오미자 작목반 회원이 늘어났는데 기존 공동창고와 저온저장시설이 너무 좁으니 다시 크게 지어야한다며 또다시 정부지원사업을 강행했다.
회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회원 중 누구 하나도 작목반 회장 마당에 지은 공동시설을 이용하고 있지 않았기에 정말 말도 안되는 억지 구실이어서 또다시 회의때 언쟁과 싸움이 있었고 투표해서 3분의 2 이상이 반대가 나와 무산되었지만 역시 지난번처럼 임원끼리만 가진 회의를 거쳐 또다시 같은 협박을 하며 회의결과를 번복하고 강행을 했다.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회장 밭에다 지난 번보다 더 크게 공동창고와 저온저장시실을 짓고 사용하지도 않을 별별 기계까지 갖춰놨다. 이것 때문에 회원들은 다시 자부담으로 50~60만원씩 내야했다...... 그게 벌써 5년 전인데 지금까지 처음 지은 창고나 두번째 지은 창고는 두어번 정도 사용된 것이 전부고 기계는 사용이 불편하는 이유로 서너번 사용 후 방치되었고 그러다 첫번째 지은 창고가 올해 초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런데도 반대를 번복하고 사업을 강행한 회장과 다른 임원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일 없이 또 새로운 사업을 받는다고 열을 올리고 있으며 심지어 오미자와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정부지원사업이라면 작목반과 전혀 무관함에도 회원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보조금의 10%을 강제로 받아가고 있었다.
이런 실정이니 도저히 더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작목반 회장과 임원진 그리고 일부 정부지원사업담당 공무원의 결탁과 횡포를 사회에 알리고 제지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담당공무원과 관계된 공무원들 그리고 작목반 임원들의 방해와 협박, 증거조작, 말맞추기 등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조그만 농촌마을이다보니 외지에서 들어온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괜히 분란을 일으켜 정부지원도 못받게 만들어 마을에 피해만 끼치는 존재로 낙인찍혀 이곳 토박이들에 의해 감시당하는 분위기였고 왕따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처음 사업에 반대했던 이곳 토박이 회원들조차 작목반 임원들의 거친 언행과 협박으로 뒤로 물러나 침묵하거나 같이 동조하는 한쪽를 선택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더이상 싸우기를 포기하고 어제 날짜로 탈퇴했다. 임원진들은 앓던 이가 빠져나간 듯 속시원해하면서 우리에게 다시는 오미자작목반 일을 언급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렇게해서 영원히 외지인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싸움은 완패로 끝이 난 것이다... !
사과작목반 역시 행태가 같다.
정부지원사업을 받지 않으면 다음부터 어떠한 지원사업도 해주지 않는다는 담당공무원의 충고 뒤에 감춰진 협박, 그런 공무원들과 설비업체와 대형농기계업체 그리고 작목반 임원진과의 결탁!
그래서 강행되는 사업과 수백만원의 자부담금은 그 후 이용되지도 않고 무용지물로 남아 방치된채 낡아가는 건물들과 기계들로 대체된다...
사과작목반의 창고 안 몇억짜리라는 세척시설은 2013년 완공 후 단 한 차례 사용되었다. 완공식에 참석해 연설할, 이 시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않은(?) 시장과 국회의원, 시의원, 공무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청소를 했는데 그 때 걸레를 빨기 위해 딱 한번 사용했다. 저온저장시설은 좁다는 이유로 몇몇 임원과 그 임원과 친한 회원들의 사과만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회원에게는 연락도 주지않았으면서 너무 늦게 신청했고 이미 창고가 다른 회원들의 사과로 가득 찼다며 사용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그러면서 임원들은 자기들은 최선을 다했노라고, 우리가 무슨 힘이 있냐며 사업을 주지않겠다고 강요협박하는 공무원들한테 책임을 전가하고 담당공무원은 모든 일은 작목반에서 결정한 사항이며 자기들은 작목반 결정대로 사업지원만 해줬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돈만 벌어들인 사업시설업자와 대형농기계 업체는 뒤에서 두둑한 통장을 보며 만족해하고 있겠지...
농촌의 현실이 이렇다!
농피아와 작목반 그리고 대형 농기계 및 시설업체 이 삼자의 결탁으로 필요치도 않는 건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용하지도 않는 쓸모없는 농기계들이 방치되어 낡아가는데 수십, 수백, 수천억의 국민세금이 버려지고 있는 농촌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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