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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오늘은 사망한 캄보디아 노동자의 출국일이었어

by 풀빛달빛 2021. 1. 11.

2021년 1월 10일, 오늘은 31살의 캄보디아 노동자 A씨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고 한다.

고국 캄보디아로 돌아갈 비행기표를 예약해놓고 하루하루 기다렸을 A.

작년 20일, 그러니까 한달 전 포천의 어느 농장 하우스집에서 사망하지 않았다면 오늘, 그렇게 고대해왔을 고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것이다.

그녀가 사망하고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머물렀던 비닐하우스 숙소가 세상에 알려졌다.

한 사람당 월세 20만원을 내고 머물렀던 비닐하우스 숙소는 난방을 해도 추워서 덜덜 떨면서 잠을 청해야했음에도 그녀가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난방기가 고장났지만 농장주는 고쳐주는 대신 화만 냈다고 한다, 12월 한겨울에.

그녀의 사망원인이 저체온증이 아닌 간경화였음에 그 농장주는 안심이었을까...

그도 나와 같은 농부였다.

그 농부는 지금껏 어떤 마음으로 농작물을 키워왔을까...

 

우리 주변에도 사실 그런 농부들(...!)이 흔하다.

사과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그저 돈나무로만 보고 그해 돈이 되느냐, 헛탕치느냐(?)에 외에는 관심이 없기에 사과나무와 사람이 먹는 사과에 해롭든 말든 오로지 크게 키우고 빨갛게 색깔 잘내기 위해 약의 성분도, 출처도 알 수 없는 약을 남용하는 농부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농부들의 마음에는 사과나무가 아닌 보험금으로 가득해졌다.

'돈이 안되는 사과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태풍에 싹 다 쓰러지면 보험금이나 왕창 타먹겠는데, 젠장!'

몇 년 전부터 황옥(노란사과)을 두고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사람들이 

올해 태풍 때 사과나무를 밀어버려 많은 보험금을 타냈다는 어느 이웃 농부에 대한 흉흉한 이야기를 쉬쉬 나누며 부러워하고 속쓰려하는 동시에 행동에 옮기지못한 자신을 탓하기까지 하는 걸 보고 진짜 기가 막혔다.

어떻게 저런 마음으로 사과나무를 키우고 그 나무에서 수확한 사과를 사람들한테 팔 수 있을까...

 

농부라는 내 직업을 참 괜찮아했는데... 어떨 땐 얼굴이 화끈거린다......